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옛날 국산 패키지 게임 시장이 흥할 무렵

트리거 소프트에서 만든 장보고전 이란 게임이 있었다.


내가 이걸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가

첫 째, 일단 게임 음악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둘 째, 당시 패키지 게임 치고 가격이 저렴했고

셋 째, 이걸 생일 선물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트리거 소프트는 임진록 시리즈를 만든 HQ TEAM과 함께 주로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RTS를 전문적으로 만든 회사인데 두 회사 모두 딱히 역사적 고증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마법을 쏜다거나 공중 병기들이 난무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뭐 게임이니 그게 중요하겠냐만.. 현재 트리거 소프트는 그라피티에 흡수된 상태다.


이직 준비하면서 그라피티도 알아보긴 했는데 거기서 장보고전 개발과

인연이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허허


어쨌든 장보고전은 당시 박스 전면에 '국산 게임의 자존심' 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후무후한 29,700원의 가격으로 패키지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3만원 아래의 패키지 게임은 내 기억이 맞다면 6,000원에 팔았던 엠브레이스 하나밖에 없었다.



<장보고전 메인 화면 음악>



근데 처음 구입해서 메인 화면에 딱 들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귀에 굉장히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분명 장보고전의 메인 화면 음악인데 왜 임진록 음악이 떠올랐을까..


음.. 정확히 말하자면 임진록 메인 화면 음악을 조금 더 어두 침침한 느낌으로

편곡했던 버전이 장보고전 메인 음악의 느낌이었다. 딱 듣는 순간 '뭐야 똑같잖아?' 라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같은 사람이 작업한 음악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게임의 음악이 매우 비슷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근데 그 느낌이란 것이.. 묘하게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장보고전이 나중에 나온 게임이라 음악에 있어서도 더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Track1 음악은 장보고전을 음악 하나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당시 임팩트로 따지면 서풍의 광시곡 wind of memory 사연 만큼이나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근데 그 외의 음악은.. 솔직히 별로다. 그냥 그렇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 순간순간 만큼에는 어울렸을지 모른다. 근데 회자되진 않는다.

마비노기 영웅전 하는 사람이 출항하기전에 나오는 음악 좋다고 따로 듣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청해진과 당나라, 그리고 일본이 대룡취월도라는 섬에서 용의 눈을 찾는 역사 RTS 게임,

앞으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와 그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싸워 이기겠다는 병사들의 드높은 의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그 비장함을 표현하기에 이 음악은 장보고전을 살리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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