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담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는 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덕후들을 만나면 거부감이 오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경청하는 편.
언제나 그렇지만 다른 분야의 덕후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때면 정말 즐겁다.

어쨌든 건담은 내가 메카닉 장르를 좋아해서 거기에 별책부록 느낌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기도 하지만,

건담은 슈퍼 로봇이나 다른 메카닉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철학적인 메시지와 교훈이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를 보인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도 참 매력적인 작품.


특히 건담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연방과 지온이라는 두 대립 단체의 항쟁을 중심으로

인종차별, 반체제운동 등 성인들 취향의 정치 및 전쟁 이야기와 그 전쟁속에 살고 있는 인물들의 드라마는

그 동안 아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며 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시리즈도 워낙 많아서 이거 다 보고 세계관이나 인물 관계고 이해 할려면

학교에서 쓰는 화이트 보드 몇개는 갖다놔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건담을 조금 알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항상 추천하는 음악이 있다.

바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Main Title 이라는 음악이다.




지금 내가 글에서 언급한 연방과 지온 세력의 대립, 인종차별, 반체제운동, 정치 및 전쟁,

그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음악 하나로 표현한다면

이 음악보다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건담의 대표적인 인물인 아므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마지막 대결을 그리기도 했고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에 의의를 생각해 볼때

역습의 샤아 Main Title 음악이 가지는 느낌은 생각외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역습의 샤아 작품 자체가 더블제타 시리즈 이후의 역사와 맞지 않는다거나

아므로와 샤아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혹평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기동전사 건담의 종지부를 찍는 작품의 테마 음악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건담을 잘 몰라도 추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담이라는 문화를 이해하기에

사실 이 만한 음악도 나는 없다고 본다.


이 음악 외에도 엔딩 크레딧으로 올라가는 Beyond the time 음악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다.

근데 이건 건담 세계관을 이해하고 역습의 샤아 작품이 주는 여운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수준이 될때

비로소 이 음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Beyond the time 음악 자체는 충격적인 아므로와 샤아의 결말 직후에 바로 나온 음악이라

타이밍빨이 좋아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감도 없지않아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도 좋은 음악인건 분명하니 뭐..







피구왕 통키의 등장인물 민대풍.

일본명은 미도우 아라시 (御堂 嵐) 로 등장하는데 뒤에 붙는嵐 글자 아라시만 봐도

이 캐릭터가 얼마나 간지에 살고 간지에 죽는 간생간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한자 자체가 뫼 산자에 바람 풍이 더해져서 산바람이라는 뜻인데

이미 태어나고 지어진 이름에서부터 회전 회오리 슛을 던져야 할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나라 성우는 엑스파일 멀더로 유명한 이규화 아저씨가 담당.


백아 국민학교 소속으로 눈에 난 흉터가 특징정인 통키의 라이벌로

머리는 보라색에 통키의 라이벌 중에서 태백산과 동급의 간지로 쿨한 캐릭터.

국내에서는 백아 국민학교의 피구부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블랙 아머즈라는 클럽팀이다.

백아 국민학교 유니폼이랑 머리띠의 A 글자는 바로 블랙 아머즈 A 인것은 뻔한 사실.

백 '아'의  A가 아니다.




사실 어릴때는 약골 캐릭터였으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전대미문으로 강해졌다.

눈에 난 흉태도 그때 생긴 상처.


어머니 장례식을 보면 집안의 종교는 기독교 계열인 듯 하다.

아버지는 조각가였는데 만화 중간중간의 회상 장면에 등장했던 모습을 보면 아마도 카톨릭?

당시 어머니 장례식때 민대풍의 아버지는 통키의 모교였던 태동 국민학교의 조각상 제작에 몰두해서

장례식때 오지 않았다하여 태동 국민학교와 아버지에 대한 깊은 원한을 품었었다.


후보 선수가 3군까지 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백아 국민학교 피구부의 주장을 맡고 있으며

여기에 매우 모범적인 주장의 모습으로 팀원들의 신뢰가 두텁다. 뭐 이런놈이 다 있지..


검은색의 쫄쫄이 유니폼이 특징인 백아팀은 태백산의 양아치 학교 암산 국민학교가 나오기 전까지 명실공히 최강의 팀이었다.

뛰어난 패스웍, 완벽에 가까운 팀플레이, 거기에 민대풍의 간지 터지는 회전 회오리 슛의 등장은

당시 피구왕 통키를 시청하던 많은 어린이들에게 신선한 컬쳐쇼크로 다가왔다.


거기에 과거 유럽 원정에서 상아 국민학교의 타이거를 깨부신 일화나

통키의 선배로 등장했던 황금산과 사천왕들의 중학생 팀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것이 계속 부각되면서

이전까지의 어중이 떠중이 라이벌 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 계속 부각된 간지 캐릭터.


백아팀은 유니폼이 꽤나 화려한데 검은 색 바탕에 마치 칼로 베인 것처럼 붉은 줄무늬가 가득하다.

간혹 올블랙 타이즈로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건 대충 그려서 그런거고 원래는 있어야 정상.

게다가 첫 등장에서는 검은 망토로 온 몸을 휘감고 등장했으며 이후에는 황금빛 보호구를 착용하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일리쉬, 즉 간지로 밀고 나가는 간생간사다.





근데 그렇게 멋지게 등장했건만 "너희하고는 시합 할 가치가 없다" 호언장담하다

분노한 통키에게 역관광을 먹어서 굴욕을 당하는 캐릭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매우 강하여 비겁한 짓을 아주 싫어하는 리얼 스포츠맨이고

모래를 이용한 비겁한 슛을 던지는 부원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짤라버리는 장면도 나온다.


피구왕 통키에서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캐릭터인데

간지에 살고 간지에 죽는 미친듯한 연출력, 잘생긴 외모에 흉터 모에 요소,

추가적으로 화룡점정인 회전 회오리 슛 까지..




거기에 음악도 피구왕 통키에서 제일 멋진걸 자신의 테마곡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회전 회오리 슛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 슛 이름은 스핀 토네이도 슛으로

곡 제목 또한 스핀 토네이도의 테마로 되어있다.


시작부터 철저하게 무언가 있을거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이 리드미컬한 음악은

민대풍이 등장하거나 회전 회오리 슛을 던질때마다 등장했던 음악이다.


그리고 이어서 멋진 일렉 기타 리듬으로 음악을 이끌어 나가는데

음악 자체가 연주에 많은 기교를 요구하는 편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멋진 음색을 들려주기 때문에 기타 좀 친다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자신의 연주 실력을 뽐내기 위해 UCC 과정을 거치는 명곡이기도 하다.




캐릭터 자체가 가진 간지로도 모자라 음악으로까지 이렇게 간지를 돋구어주니

인기 투표를 하면 항상 민대풍은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


거기에 슛을 던지기 전 몸을 꺾는 자세에서 나타나는 그의 슬림한 몸매는

우락우락한 근육이 아닌, 탄탄하고 잔근육이 많은 스타일이라

그야말로 요즘 트렌드에 어울리는 수십년을 앞서나간 간지의 제왕이라 할 수 있다.

여러분 이게 국민학생입니다 국민학생





마지막으로 항상 애완동물로 구관조를 데리고 다닌다.

보통 백아팀이 등장하기 전에는 항상 이 구관조가 등장하여 백아팀의 등장을 암시하기도 한다.

여러분 이런 연출력을 가진놈이 국민학생입니다 국민학생.



<본격 패륜 엔딩 5월의 신부 장면 - 최초 만트라판에서는 삭제 된 상태로 발매되었다>




기존의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와는 다르게 가이낙스가 아닌,

나인 라이브에서 제작하여 세상에 등장한 프린세스 메이커3.


전작에 비해서 여성 유저들을 타겟으로 한 흔적이 여기저기 드러나는데

그 결과 게임이 상당히 단순해졌으며 이 때문에 무사수행 또한 삭제됐다.


꿈꾸는 요정이란 부제에 걸맞게 하늘에서 갑툭튀 요정이 뜬금포로

공주가 되고 싶어하는 요정을 재주껏 한 번 키워보시지 라는 컨셉으로

한 남자에게 요정을 던져주면서 게임을 시작된다.


난이도는 역대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쉬운 편이고

비록 시스템적인 면에서 퇴화했다는 혹평을 받긴 했으나

그래픽이나 사운드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프린세스 메이커를 처음 하고자 한다면 대부분 3 을 추천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국내판 프린세스 메이커3 음악과

일본판 프린세스 메이커3의 음악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3는 국내에서 2번이나 정식 발매가 진행 됐는데

처음에는 패키지로 만트라, 그 다음에는 쥬얼판으로 한국후지쯔에서 유통했다.


만트라 패키지판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 국내 최고의 게임 음악 제작 팀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SoundTemp에서 제작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작이 아니라 편곡에 가까운 건데 당시 SoundTemp는

각종 미디 경연대회에서 상을 횝쓸고 있을 타이밍이었고

이때 마침 개발사 만트라의 눈에 띄어 전력 스카우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만트라 사장이었던 김도성씨의 (현재 아루온게임즈 대표이사) 전폭적인 지원으로

국내 게임 음악 시장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데 이때 작품이 이스2 스페셜, 프린세스 메이커, 영웅전설 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프린세스 메이커3는 포트리스 이후로 가장 SoundTemp의 색깔이 강하다.


어쨌든 프린세스 메이커3 OST는 딸내미를 키운다는 컨셉에 걸맞게

모든 음악이 '딸을 키운다면 이런 느낌일거야' 라는 여운이 느껴지게 제작됐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과격한(?) 음악이 없는 것도 특징인데 그나마 과격한 음악이 전투 음악 정도.

(일본판 전투 음악과 한국판 전투 음악을 비교하면 SoundTemp의 기적적인 능력이 놀라울 따름)


나는 그중에서도 딸의 이름을 정할때 나오는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장 프린세스 메이커 다운 음악이기도 하고
딸을 키운다는 플레이어의 심정이 음악속에 잘 녹아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프린세스 메이커3 OST - 이름 입력 [일본판]>



<프린세스 메이커3 OST - 이름 입력 [한국판]>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요정 딸내미의 이름을 지으라곤 하는데

이건 뭐 어안이 벙벙해서 상황 파악도 안되고 그런데 이름은 지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한 아빠의 감정,

그렇지만 딸만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딸바보 아빠의 느낌을

이름 짓기 과정에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원곡 자체는 일본에서 제작 됐지만 사운드가 주는 전체적인 느낌을 훼손하지 않고

이를 편곡한 SoundTemp의 능력 또한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속으로는 딸내미만 생각하면 좋아 미칠 것 같은데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척 인자한 미소를 내보이며

흐뭇해하는 아빠의 속 마음 그것이 프린세스 메이커3 이름 입력때 나오는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이다.



페인킬러는 2004년도에 발매된 FPS 게임으로 폴란드의 한 게임회사에서 만들어졌다.

스토리는 어느 남자가 죽었는데 천사들이 지옥의 악마들을 깨부수면 부활시켜준데서

주인공이 악마들을 쓸고 다닌다는 내용. 이 얼마나 짧지만 임팩트 있고 강렬한 스토리인가? 완벽하다!


거기에 당시로선 제법 괜찮았던 그래픽, 세심한 요소 (요구조건 달성)

나름 정교한 물리엔진, 참신한 무기와 디자인 등으로 상당히 우수한 B급 게임으로 꼽힌다.


근데.. 내가 이 게임에서 굉장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바로 OST다.

페인킬러는 주인공이 지옥 한 복판에서 악마들을 깨부신다는 컨셉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비전투 상태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제법 음산한 분위기의 느낌으로 괜찮게 흘러가지만

전투만 시작되면 분위기를 와장창 깨버리는 메탈음악이 흘러 나온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동료도 없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홀홀단신 지옥에서 악마들과 싸움을 벌이는 인물이다.

따라서 게임음악에서는 명부마도의 느낌이 묻어나야한다.

아니 그런데 메탈음악이라니..


메탈음악 느낌은 뭐랄까.. 천하무적, 먼치킨급의 주인공이 지옥에 들어가

발버둥치는 악마들을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도륙내는 상황에서나 어울린다.


그나마 마지막 스테이지 Hell 에서 나오는 음악이 가장 페인킬러답게 제작됐는데

이 음악은 최종보스 루시퍼와의 결전을 앞둔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해냈다.


Hell 스테이지는 지금껏 인류가 저지른 전쟁의 잔해들로 배경이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지옥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쟁이 지옥이다 라는 메시지를

플레이하는 유저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적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소 철학적인 느낌으로?)


아무래도 개발사가 폴란드 회사이다 보니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게 당했던

굴욕적인 역사를 되새김하는 의미에서 설계한 스테이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저 멀리 원자탄이나 수소폭탄이 터졌을때 발생하는 버섯구름이 보인다>




나머지 음악은 뭐.. 그렇다.. 하다못해 전투때 나오는 메탈음악만 없었어도..

참 음악이 아쉬운 게임 중 하나랄까..





블리자드 게임들의 음악적 완성도는 매우 높다.

철저한 기승전결의 원칙에 따라 음악이 연주되고

그 음악들은 플레이어가 속해있는 배경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하여금 내가 그 배경에 있다는 것이 아닌,

게임속에 내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마력이 있다.


물론, 이는 모두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어 그 웅장함이란 양념이 더해져

더욱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적어도 블리자드 게임 음악 나쁘다는 소리는 없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블리자드 게임 음악들에 나타나는 한 가지 큰 특징은

출시하는 확장팩 음악에 대해 모두 공통적인 노선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음악이 다 그런것은 아니나 그 확장팩에서 핵심이 되는 지역이나
상황, 인물, 에피소드 같은 것이 등장할때 플레이하는 게이머로 하여금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듯한 리듬으로 음악이 연주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확장팩이 아닌 오리지날 버전 음악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먼저 와우를 살펴보자.

오리지날 와우 음악들의 대부분은 시작부터 매우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스톰윈드 음악이나 오그리마 음악, 아이언포지 음악 등 대도시 음악이 좋은 예다.


처음 와우 시작하고 얼라이언스 도시 근처에는 갈일이 없어서 음악을 몰랐는데

언젠가 한 번 수장팟에 초대되어 스톰윈드에 갔다가 그 음악을 듣고서는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당장 얼라이언스의 편에서 호드를 무찔러야겠다'

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스톰윈드 음악의 웅장함은 당시 엄청났다.



<본격 호드가 들으면 얼라로 귀화하고 싶어지는 스톰윈드 테마>



<이 음악을 듣고있는 자네, 얼라이언스와 함께하지 않겠는가?>



<호드 오그리마 테마>



뭐 어쨌든 각 종족의 대도시는 게임에서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는다.

좋던 싫던 원하던 원하지 않던 모든 플레이어는 대도시에 가야한다.

그만큼 대도시 지역의 중요성은 매우 높게 설계되어 있으며

도시에 발을 들이면 흘러나오는 음악들 또한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중요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음악의 작곡 또한 다른 필드들의 음악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만든다는 것인데 이렇듯 와우 오리지날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지역들의 음악은 모두 초장부터 임팩트를 강하게 때린다.

라그나로스와 전투를 벌일때 나오는 war 라는 음악 또한 예외 없다. 도입부터 강하다.


불타는 성전으로 넘어가보자. 블러드 엘프가 추가되었고 그로인해 실버문이 추가되었다. (난 호드니까 얼라는 잘 몰라)

수백만 게이머들이 기다린 확장팩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지역의 음악은 그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그 지역에 입성하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신비함, 호기심을 비롯하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케해주는
기대심과 긴장감 또한 충족시켜줘야한다. 바로 이것이 신규지역 음악이 갖추어야 할 요소다.



<불타는 성전 실버문 테마>



블리자드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확장팩 신규 지역 음악들에 대해서

처음부터 강하게 때리는 음악과는 다르게 기에서 승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추가했다.

시놉시스 상으로 따지고보면 (기) 화제가 시작되고, (승) 시작된 화제를 이어나가고

(전) 이어지는 화제를 결로 전환 시키는 과정, (결) 화제의 결말로 이어진다.


즉, 듣는이로 하여금 이야기가 시작되는 과정 (기) 부분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앞으로 벌어진 모험에 대한 기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주기법은 블리자드에서 내놓는 확장팩의 핵심 지역에 모두 적용되었으며

스타크래프트 브르드워에 새로 추가된 모든 종족 음악에서 나타난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워크래프트2 시대로 가보자.

어둠의 물결이 나오고 확장팩 어둠의 저편이 발매 됐다.

어둠의 저편 얼라이언스 스테이지1을 플레이 하면 와우 스톰윈드 앞에 서있는

얼라이언스 5인방 중 다나쓰 트롤베인, 알레리아 윈드러너, 제네럴 투랄리온 3명이 등장한다.

와우를 재미있게 한 사람이라면 이들이 직접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이다.


워크래프트 역사에서 핵심적인 인물들이 한 곳에 3명이나 등장하고

새로운 확장팩 게임의 첫 스테이지의 포문을 연다는 의미, 그리고 확장팩 그 자체의 의미에서

얼라이언스의 신규 음악은 철저히 이 같은 연주기법으로 플레이어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디아블로 시리즈로 넘어가보자.

디아블로2가 발매되고 이후 파괴의 군주가 등장함으로써 바말이 있는 ACT5 지역이 공개됐다.

플레이어가 ACT5에 넘어가면 가장 처음 만나게되는 마을 포트리스.

그리고 여지없이 그 지역의 음악에서도 이렇듯 플레이어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주기법이 사용됐다.

디아블로를 무찌른 영웅이 미지의 지역에서 바알이라는 강대한 적과 싸움을 앞두고 있는 비장한 각오.

그것이 ACT5 음악의 핵심이다.




다시 와우로 돌아와서 불타는 성전 이후 리치왕의 분노에서 블리자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함께 공존하는 공중마법대도시 달라란 지역을 추가한다.

전대미문의 이 도시 컨셉은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블리자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왜 도시안에서 서로를 공격하면 안되는지 그럴듯한 대의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성역' 이란 컨셉이다.


달라란 도시 음악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여지없이 이 지역 음악에서 또한 (기) 부분을 강조하는데 다만 조금 차이가 있다면

(기)부분을 조금 강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음악이 시작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오리지날 대도시 지역의 음악들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대격변으로 넘어가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아예 모든 지역을 다 뜯어 고쳤으니 음악도 함께 뜯어 고쳐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오그리마의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대도시 음악 하나 고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블리자드의 게임 음악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비중없는 지역이라도 굉장히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런의미에서 대격변에서 오그리마의 음악이 바뀐것은 매우 많은것을 상징한다.


달라진 것은 음악 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도 바뀌어있고 심지어 수장도 가로쉬로 되어있다.

이렇듯 기존의 게이머들이 오그리마가 달라졌다고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방법은 외적인 모습과 그 다음이 음악이다.

외적인 모습은 그냥 그렇게 바꼈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머물지만 음악을 교체해버리면

달라진 음악을 토대로 유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달라진 와우 확장팩의 전체적인 느낌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 느낌은 더 가중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달라진 오그리마 음악은 플레이하는 유저들로 하여금
기대심과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스토리 속에서
유저는 한명의 영웅으로 대전투에 참여하여 워크래프트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듯한 느낌을 줘야한다.

이런 느낌을 블리자드는 달라란에서 사용했던 연주기법과 동일하게 오그리마 음악에도 적용시켰다.




사실 블리자드가 이걸 의도해서 만든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물어보질 않았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비중있는 신규 지역에 진입한 유저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자극할지

블리자드가 고민해서 만든 음악이란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으니까 말이다.


와우 최신작 판다리아는 음악만 들어보고 아직 플레이는 해보진 못했다.

가로쉬가 최종 보스로 등장 한다고 하는데.. 글쎄.. 흥미진진한 스토리임에는 분명하나

옛날처럼 엄청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언제할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음악이나 들으면서

옛날에 재미있게 게임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말이다.




삼국지 공명전은 영걸전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갈량이 주인공이다.

전작인 영걸전과 비교하여 그래픽과 사운드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인기가 제법 많았던 작품.


다만, 어처구니 없는 클래스의 밸런스 조절 실패로 기마계와 무도가계의 초강세였던 게임이라

최강의 기마계 조운, 유일한 무도가 장억의 쌍두마차 체재만 잘 운용해도 클리어가 가능했던

일명 삼국지 조운장억전이라 불리는 게임..


조운이야 그렇다쳐도 장억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 게임은 아마 공명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장억이 사기성이 짙다기 보다는 장억의 클래스인 무도가가 워낙 사기성이었다)


조운은 게임 시작부터 엔딩까지 등장하는 제갈량외의 유일한 장수인데

안그래도 레벨업 진행 시 성장수치가 장억 다음가는 고수치에다가

각종 일기토 이벤트로 했다하면 1레벨씩 쑥쑥 성장하는 미친 속도를 자랑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괜히 삼국지 조운전이란 별명이 붙은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조운하면 장판파 전투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홀로 돌파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 아니겠는가?

공명전 역시 이런 조운의, 조운에 의한, 조운을 위한 장판교 전투를 스테이지 구성도 구성이지만

KOEI는 멋진 음악 연출로 조운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위기감을 조성케하여 높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 BGM은 장판교 전투에서 처음 등장하는 음악이다.

그러나 조자룡이 혼전속에서 잃어버린 미부인과 아두를 구하기 위해 질주하는 과정은 담은 것 같지않다.

아마 이런 모습까지 표현했다면 BGM의 큰 느낌이 2부분으로 구분지어 그 느낌을 표현했을 것이다.


이 BGM은 조운한테 짐이 될 것을 우려하여 아두를 맡기고 자살한 미부인에 대한 조운의 죄책감,

즉, 미부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감정이 '이게 다 조조군 때문이다' 라는 분노로 승화되어 시작된다.

그리고 아두를 보호하기 위해 무슨짓이든 하겠다는 조운의 신념과 단기필마로 100만 대군을 홀로 휘젓는

조운의 모습을 그리면서 당시 시대적 상황을 현대적인 악기를 동원해 매우 잘 표현했다.

(물론, 공명전 자체가 연의에 뼈대를 두고 있으니 100만이 진짜 100만인지는 중요한게 아니니 패스)


공명전 음악의 특징은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일렉기타를 사용한다는 점 인데

이렇게 기타가 사용된 음악은 최초 조운이 아두를 안고 조조군 100만 대군을 돌파하는 장판파와

관우가 오나라 육손의 계략이 속아 맥성으로 도주는 장면을 그린 맥성전투에서 임팩트있게 등장한다.

나머지 스테이지 음악은 그냥 쩌리 정도로..


맥성전투 음악 또한 KOEI의 음악 연출이 매우 기가 막히다.

관우는 맥성전투 이후로 휘하 장수 왕보, 주창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 관색과 관흥은 백제성으로 도주하는 장면을 게임에서 표현했는데

아들은 도망가고 그 아비는 아들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스스로 미끼가되어

결국 이러나 저러나 오나라에 붙잡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처지를 멋지게 표현했다.




한편으로는 도원결의를 시작으로 유비,장비와 전장을 함께 누비며 호령했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이제는 죽음을 앞두고 최후의 전투를 맞이하는 관우의 심정,

그리고 조금 더 신중치 못했던 자신을 탓하는 듯한 느낌마저 전달해준다.


공명전 음악은 이외에도 읍참마속으로 마속을 베어버린 후 공명의 심정을 전달해주는 음악과

한치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남만족 정벌 음악 등을 비롯하여 모두 하나같이 스테이지 싱크로와 절묘하다.

비록 밸런스 조절 실패로 사상 최고로 쉬웠다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 음악 만큼은 역대 최고라 말하고 싶다.


옛날 SEGA 새턴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팬저 드라군이라는 게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새턴 초기부터 SEGA가 가진 당대의 역량을 모두 담아내어 탄생한 팬저 드라군은

새로운 시도나 기법이 가득 들어갔고 게임 완성도나 그래픽은 훌륭했지만 SEGA 게임 답게 돈을 벌지 못했다. 망했다.


기존의 슈팅게임과는 달리 주인공이 용을 타고 다니며 싸우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배경 또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전체적인 세계관 설정에도 상당한 공이 들어가 있다.

게임상의 세계관을 살리기 위해 아이누어와 라틴어의 요소를 섞은 가상의 언어를 게임상에서 쓰기도 할 정도.


영화를 보는 듯한 7분이 넘는 CG 오프닝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이타노 서커스가 연상되는 레이저 난사는 화끈한 맛을 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슈팅게임 음악이라면 이렇다 하는 고정관념을 부술 정도로

팬저 드라군의 OST는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무장하고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근처를 지나다가 갑자기 어디서 이런 음악이 나오나 하고 보다가 그대로 새턴의 팬이 된 사람들도 상당 수.




독특한 세계관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게임 속 수많은 생물들을 무찌른다는 컨셉,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하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화끈한 레이저 난사 플레이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OST 덕분에 플레이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당대 SEGA의 역량이 총 동원된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세가측이 밝히기로는

기대한 거에 비하면 별로 안팔렸다고 한다. 기존의 체감형 슈팅 게임들과는 달리

좌우로 시선을 360도 돌려가며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런 생소함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안 받아들여진거 아닌가 하는 말도 있다.

마치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던 게임 토탈 어나힐레이션처럼 말이다.


어쨌든 팬저 드라군의 오케스트라 OST를 담당한 사람은 Tomoyuki Hayashi 라는 사람으로

이후 발매되는 팬저 드라군의 후속작 오르타에 다시 참여하여 멋진 사운드를 뽑아냈다.

하지만 멋진 OST로 무장해도 게임이 망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오르타는 자체 게임기 개발을 포기한 SEGA 입장에서 엑스박스에 이식된 오르타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퍼붓다시피 만들어냈는데 그 결과 완성도는 매우 높은 상태로 출시되었다.

당시 SEGA는 드캐로 팔면 10만장 팔 것을 엑스박스로 내면 최소 20~30만 판매를 예상했으나

그럼에도 결과는 망했다...


앞서 언급한 조작성이나 게임성이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지만

게임의 완성도와는 너무나도 걸맞지 않는 판매량은 (10만도 못팔았다) 당시 이 게임을

호평했던 사람들이나 여타 SEGA 팬들을 당혹케 하기에 충분했다.


1995년에 엘프에서 발매된 동급생의 후속작 동급생2.

이런 종류(?)의 게임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으로

20대 후반이나 30대 게이머 중에서 nanpa.exe 를 실행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게임에 대한 특징은 거두절미하고 흔히 동급생2는 야겜이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해서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화면만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데 물론 도트 노가다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낸 것은 가히 기적에 가깝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근데 동급생2는 기적 같은 도트 노가다의 산실인 그래픽 외에도 음악 또한 굉장히 훌륭하다.

물론, 과연 이 게임을 음악을 들으면서 플레이 한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캠퍼스 러브 스토리처럼 화면에 나타나는 여자들마다 각기 다른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메인 히로인이자 진히로인, 여동생 모에의 시작점 나루사와 유이의 음악이 일품이다.


극중 스토리는 주인공과 동거를 하고 있으며 친동생은 아니다.

주인공이 유이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 되어있으며
항상 주인공을 오빠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 나이는 동갑이다. (정신연령이 낮아서 오빠라 부르는 것 같다)


유이는 오래전부터 주인공을 단순한 동거인으로써의 호감을 넘어선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의 미적지근한 태도라기 보다 일방적인 선긋기를 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상황.




따라서 나루사와 유이의 음악은 이런 유이의 오빠라 따르는 주인공에 대한 감정과

주인공이 여동생(나루사와 유이)에 대한 단호한 태도 그리고 플레이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관계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 내포하고 있는 느낌으로 제작되었다.


이 음악은 메인으로 들려오는 리드미컬한 부분을 주인공에 대한 유이의 감정 상태,

일렉기타 부분을 주인공의 '넌 동거인이니까 안됨' 이란 뉘앙스가 느껴지는 감정으로 이해하면 쉽다.

각 리듬은 미묘하게 서로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로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는데

이런 느낌은 음악의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동급생2의 OST는 게임 자체가 지닌 비쥬얼적인 면모가 너무 강해 안타깝게 많이 회자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동급생2를 다시 플레이 한다면 이번에는 화면보다 귀에 더 집중해서 게임을 해보길 권장한다.

틀림없이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유이의 주인공에 대한 감정과 그 상황에 대한 몰입이 더 잘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유이 나오면 멍때리면서 음악만 듣고 그러지는 말고..


나는 바람의 나라를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바람의 나라 공성전에 나오는 음악은 알고 있다.


이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워크래프트3 스킬사서막기(스사막)유즈맵을 하면서부터다.

시작부터 빠른 템포와 리듬으로 긴박감을 표현하고 있고 경쾌한 느낌마저 주는,

듣자마자 음악의 정체가 매우 궁금했다. 게임 음악 같기도 하고.. 애니 음악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직접 워크래프트3 맵 에디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 맵을 분해했는데

결국 mp3 파일 하나를 추출하게 되었다. 근데 제목도 없고 그냥 kongsung.mp3 이게 끝이었다.


winamp에는 자동태그 기능이 있다. 아무 정보가 없는 곡이라도 자동태그 버튼 한방이면

제목과 앨범, 발매년도까지 자동으로 정리해서 태그를 정리해주는 기능인데

여기서 아무리 돌려도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나오더라도 전혀 엉뚱한게 나오고..


영어를 읽으면 무슨 공성이라고 적혀있는데 무슨 공성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네이버에 '스킬사서막기 음악' 을 치니까 아니나 다를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답은 바람의 나라 공성전 음악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라는 생각에

아직 내공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공성전에 나오는 음악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BGM에 대한 이해가 갔다.


음악이 시작되면 공성전을 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많은 플레이어들,

그리고 그에 맞서 방어를 준비하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비장한 각오와 이어지는 전투씬의 느낌.
엎치락 뒤치락 공격측이 이길 것 같기도 하고 수성측이 이길 것 같기도 하고..

결과는 알 수 없기에 이 음악에도 기승전결의 '결' 과정이 빠진 상태로 기승전만 반복된다.


이게 96년도에 나온 온라인 게임의 음악이라니..

허허..




흔히 오락실 삼국지로 알고있는 천지를 먹다의 정식 명칙은 천지를 먹다2 적벽대전이 정식 명칭이며
해외 서비스는 Warriors of Fate, 국내 오락실에는 삼국지2로 등장했다.


적벽대전 명칭이 붙은 이유는 기존의 천지를 먹다1과 다르게 황건적의 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갈공명이 유비의 군사가 된 직후인 박망파를 시작으로 장판교를 거쳐 적벽대전, 그리고 그 이후의

시대적 상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적벽대전 스테이지를 마지막으로 기괴한 역사가 벌어지지만..


어쨌든 제작사 CAPCOM 게임 답게 BGM 역시 CAPCOM 사운드 팀 알프 라이라에서 제작됐는데

전체적으로 유비군 소속의 장수들이 악의 세력으로 등장하는 위나라를 무찌른다는 컨셉에 걸맞게

역사적 배경과 싱크로율이 절묘하다.


다르게 말하면 굉장히 못만든 음악 없고 굉장히 잘만든 음악 없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인데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마지막 스테이지 화용도의 BGM이 아닌가 싶다.




원래 화용도는 적벽대전 이후 패주하는 조조를 관우가 옛정으로 풀어준 장소로 유명한데

이 게임에서는 마지막 스테이지로 등장하는게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다.


모름지기 한 게임의 마지막 스테이지를 장식하는 음악이라면 거기에 걸맞는 느낌을 줘야한다.

비장한 각오로 마지막 전투에 임한다는 느낌과 이 전투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을 내린다는 것 말이다.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고만고만한 천지를 먹다2 이지만 화용도 음악 만큼은 배경을 잘 살려 만들어졌다.


조조군의 잔당을 무찌르고 최종보스 조조를 쓰러트리러 간다는 느낌으로 제작된 화용도 음악은

시작부터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가진 장수의 느낌을 십분 잘 살려 제작되었다.


물론, 기승전결의 원칙과는 조금 다르게 마무리 결 없이 기승전이 계속 반복되는 형태의 음악이라

조금은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테이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횡스크롤 게임의 특징상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대단의 막을 짓는 비장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음악이 아닌가 싶다.




1997년 남일소프트에서 발매한 캠퍼스 러브 스토리라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당시 경향신문 97년 9월 2일자에는 대학생활 시뮬레이션이라고 소개되어있지만..

뭐 연애시뮬레이션이라는 말도 맞고 대학생활 시뮬레이션도 맞다.

다만 연애에 더 편중되어 있어서 그렇지..


게임은 주인공이 대학교의 신입생이 되면서 만나는 여자들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대학생활과 여자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했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게 되는..

육성시뮬과 연애시뮬이 융합되어 있는 요즘은 보기 드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에는 대학 동기부터 후배, 학교 퀸카, 잘노는(?)여자, 채팅으로 만나는 여자 등

매우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하며 많은 여자만큼이나 등장하는 여자에 따른 음악도 모두 다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최지혜의 테마곡을 최고로 꼽는다.


오로지 순수 피아노로만 연주되어있는 이 곡은 별도로 사운드트랙이 발매되어

딱히 이름이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내가 최지혜가 나올때 나오는 음악이라 일단은

최지혜 테마곡으로 명명하긴 했는데.. 참 곡이 기가막히다.


우선 이 곡의 전체적인 느낌을 이해하려면 주인공과 최지혜의 인물 관계를 알아야 한다.


주인공은 어릴 적 부잣집 딸이었던 최지혜와 매우 친하게 지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있었지만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던.. 

그런 순수한 사랑이었다.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둘은 지혜의 이사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십수년이 흐른 뒤

주인공이 지혜의 남동생 과외를 시작 하면서 우연하게 재회를 하게된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도 잠시..

그녀는 해외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에 대그룹 회장의 딸이었다.

그냥 부잣집 애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게임속에서 이런 대사를 남긴다.

'갑자기 우리 사이에 어색함과 그리고 신분의 벽까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글쎄.. 이제 우리 관계는 오랜만에 다시만난 옛 친구 사이가 된 것 같은데..

앞으론 어떻게 될까...? 나 하기 나름이겠지..'



최지혜의 테마곡은 주인공의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즉, 과거 주인공과의 애틋했던 순수한 사랑의 느낌과 현실의 장벽속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라는 두가지 느낌이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개성 뚜렷한 다른 캐릭터들보다 작업하기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최지혜의 테마곡은 주인공이 느끼는 패러독스를 정말 잘 표현했다.


듣고 있노라면 주인공과 여자 인물과의 관계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도 과거 첫사랑과의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해주는..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이 정도의 퀄리티가 게임 음악이라니..




우리나라에 고스트 바둑왕으로 소개되어 알려진 히카루의 바둑.

작품 자체는 성공하는 애니메이션의 왕도라 할 수 있는 성장물이지만
소년만화에서는 전후무후한 바둑을 소재로하여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허술한 사전조사로 실질적인 내용 없이 의지나 투지만 불태우는 애니와 달리
바둑판과 그 대국 내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바둑을 좀 안다면 굉장히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물론, 바둑을 전혀 몰라도 작품 자체가 탄탄한 스로리로 진행되므로 충분히 재미있다.

가로 세로 19줄, 총 361개의 눈이 있는 바둑판은 우리의 인생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만큼 조금은 바둑이라는 소재로 무겁게 전개될 수도 있지만 히카루의 바둑은
보란듯이 경쾌한 소년 만화로 그려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만화책도 재미있지만 애니메이션 또한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OP, ED로 사용된 노래와 OST 싱크로율이 높았다.

바둑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보니
특히 대국 장면에서 어떤 음악을 삽입해야 할지 굉장히 난해했을 것 같은데
히카루의 바둑은 보란듯이 この一手にすべてを (이 한수에 모든것을) 음악으로 종결지었다.




사실 이 외에도 대국 진행 시 많은 음악이 나오지만 특히 이 음악에 내가 주목하는 이유는
바둑판에 우리의 인생이 축약되어 있다고 하는 조금은 무겁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주는 느낌과
재미있고 흥미로워야 할 소년 만화의 느낌을 음악 하나로 모두 풀어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굉장히 빠른 리듬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서로 상대의 수를 읽는 과정,
즉, 수싸움을 진행하는 대국자들의 심리를 표현하기에 이 보다 더 완벽한 음악이 있을까 싶다.
그것도 소년 만화에서 말이다.






오락실 다닌 사람치고 사이쿄의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게임이기도 하고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인기가 많았다.


근데 1945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100명중에 1명 있을까 싶다. 그만큼 1945의 음악은 매우 형편없이 제작됐다.


물론, 가끔 돈 안넣고 데모 플레이 영상 한번씩 싹 돌다가

게임 제목 나오면서 잠깐 플레이 되는  In the name of Strikers 음악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나머지 음악은 정말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낮은 퀄리티로 제작 됐다.


슈팅 게임 하면서 적기 박살내고 탄두 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음악을 듣냐 라고 따질 수 있지만

내가 이렇게 1945 음악을 혹평하는 이유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장르로 만들어진 건버드의 음악성은

1945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건버드는 강철과 화약 냄새의 매력이 느껴지는 1945 시리즈와는 전혀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톡톡튀는 캐릭터들을 기체로 선택하여 플레이하는 사이쿄의 또 다른 슈팅 게임이다.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어쩜 이렇게 전혀 다른 컨셉으로 게임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어쩜 이렇게 전혀 다른 게임 음악이 제작 됐는지 정말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지팡이를 타고 날아다니는 캐릭터나 등에 로켓 추진기를 배낭처럼 메고 있는 캐릭터 등

하나같이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버드는 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로 플레이어는 그 중 하나를 골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버드 음악의 특징은 모든 음악에 뚱 뚱 뚱 뚱 뚱 뚱 뚱 하는 사운드가 나온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게 건버드의 사운드 트랙을 한층 더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게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말도 안되는 피탄 판정과 괴기스러운 난이도 등으로 악명 높은 게임이긴 하지만

음악 만큼은 전혀 대조되는 스타일로 진행되는데 그중에서 Just Fly, The Dreamers 곡은

건버드의 테마곡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이미지 메이킹이 절묘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캐릭터를 선택하는 Discover the Dream 곡 또한
건버드1에 이어 2에서도 사용되어 제목 만큼이나 건버드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Just Fly, The Dreamers 곡이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 있다면 Discover the Dream 은 시작점의 느낌.


특히 Just Fly, The Dreamers 음악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다 세련되게 작업한 버전이

건버드 OST 음반 1번 곡으로 자리 잡고있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듣고 있노라면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명과 목표를 가지고

모험을 떠나는 그 모습이 그려지기에 Just Fly, The Dreamers 곡은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왜 1945 OST는 그렇게 만들어 놨냐고..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옛날 국산 패키지 게임 시장이 흥할 무렵

트리거 소프트에서 만든 장보고전 이란 게임이 있었다.


내가 이걸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가

첫 째, 일단 게임 음악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둘 째, 당시 패키지 게임 치고 가격이 저렴했고

셋 째, 이걸 생일 선물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트리거 소프트는 임진록 시리즈를 만든 HQ TEAM과 함께 주로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RTS를 전문적으로 만든 회사인데 두 회사 모두 딱히 역사적 고증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마법을 쏜다거나 공중 병기들이 난무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뭐 게임이니 그게 중요하겠냐만.. 현재 트리거 소프트는 그라피티에 흡수된 상태다.


이직 준비하면서 그라피티도 알아보긴 했는데 거기서 장보고전 개발과

인연이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허허


어쨌든 장보고전은 당시 박스 전면에 '국산 게임의 자존심' 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후무후한 29,700원의 가격으로 패키지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3만원 아래의 패키지 게임은 내 기억이 맞다면 6,000원에 팔았던 엠브레이스 하나밖에 없었다.



<장보고전 메인 화면 음악>



근데 처음 구입해서 메인 화면에 딱 들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귀에 굉장히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분명 장보고전의 메인 화면 음악인데 왜 임진록 음악이 떠올랐을까..


음.. 정확히 말하자면 임진록 메인 화면 음악을 조금 더 어두 침침한 느낌으로

편곡했던 버전이 장보고전 메인 음악의 느낌이었다. 딱 듣는 순간 '뭐야 똑같잖아?' 라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같은 사람이 작업한 음악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게임의 음악이 매우 비슷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근데 그 느낌이란 것이.. 묘하게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장보고전이 나중에 나온 게임이라 음악에 있어서도 더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Track1 음악은 장보고전을 음악 하나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당시 임팩트로 따지면 서풍의 광시곡 wind of memory 사연 만큼이나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근데 그 외의 음악은.. 솔직히 별로다. 그냥 그렇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 순간순간 만큼에는 어울렸을지 모른다. 근데 회자되진 않는다.

마비노기 영웅전 하는 사람이 출항하기전에 나오는 음악 좋다고 따로 듣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청해진과 당나라, 그리고 일본이 대룡취월도라는 섬에서 용의 눈을 찾는 역사 RTS 게임,

앞으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와 그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싸워 이기겠다는 병사들의 드높은 의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그 비장함을 표현하기에 이 음악은 장보고전을 살리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온고지신의 교과서적인 게임 음악'

SEGA의 Outrun (이하 아웃런) 이라는 레이싱 게임을 아는가?
옆에는 금발의 미녀를 태우고 새빨간 페라리 테스타로사를 몰며 도로를 질주하는 게임이다.

1986년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고 1년뒤에 발매된 이 게임은 아케이드를 시작으로
PS, PSP, PC, PS3, XBOX360 등의 기종에 호환되는 수많은 속편을 내놓았는데
그때마다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음악이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며 두 갈래로 갈라지는 분기점에서
어떤 분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코스가 완전히 달라지고 엔딩도 달라진다.
근데 이건 아웃런이 가지고 있는 기본 게임 컨셉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삽입되는 음악을 바꾸지 않은 것은 조금 놀랄 일이다.

보통은 후속작을 내놓을때 기본 뼈대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갈아치운다.
아웃런도 그랬다. 처음에는 페라리 테스타로사 차량 한대밖에 나오지 않지만
나중에는 제법 많은 차종이 등장하여 골라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테이지도 시리즈마다 세계 각지의 명소를 하나씩 추가하여
내가 지금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건물이나 암석, 배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근데 음악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물론, 추가적인 스테이지 음악이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핵심 BGM 3곡을 대체하기란 불가능 했다.



아웃런은 시리즈 초창기부터 삽입되었던 3개의 게임 음악이
마지막으로 발매된 후속작까지 그대로 삽입되었다.

아웃런의 메인 테마곡이라 할 수 있는 SPLASH WAVE를 비롯하여
잔잔한 분위기의 PASSING BREEZE,
앞서 언급한 두 곡의 중간적인 느낌을 지닌 MAGICAL SOUND SHOWER까지.
물론, 잔잔한 엔딩 음악인 LAST WAVE도 빼놓을 수 없다.

당연히 레이싱 게임이니 내가 지금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한다.
페인킬러처럼 지옥에 떨어져서 악마들과 죽음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쌩뚱맞은 메탈 음악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공통적으로 SPLASH WAVE, PASSING BREEZE, MAGICAL SOUND SHOWER
이 3개의 음악은 현재까지 레이싱 게임 음악의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후속작 발매때마다 당시 시대의 기술력을 이용한 리드미컬한 편곡 기법은
현재까지 이 음악들이 회자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2005년 XBOX 기종으로 출시된
아웃런2의 MAGICAL SOUND SHOWER Euro Remix 버전이다.

과거의 오래된 게임 음악을 유로비트중의 재즈로 승화시킨 이 곡은
게이머로 하여금 뚜껑열린 빨간색 페라리를 타고 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아주 충분하다.

SEGA도 이런 자신들의 게임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여 발매했던 자신들의 게임에
아웃런 OST를 삽입하여 게이머들로 하여금 향수에 젖어들게 한 것은 매우 훌륭한 전략이었다.
특히 버추어 스트라이커4에서 관중들이 MAGICAL SOUND SHOWER 를 열창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

아웃런의 게임 음악은 시대가 변하고 후속작이 나오면서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었다.
이렇게 많은 버전으로 편곡된 음악은 게임 내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때마다 새로이 등장하여
과거 초창기 버전의 음악부터 현대적인 느낌으로 편곡된 버전까지 유저 입맛대로 골라 들을 수 있었다.

SEGA는 과거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사랑받은 게임 음악을 내팽겨치지 않고
약간의 양념을 더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는 아웃런 성공의 원인을 여기서 찾고 있다.

게임 음악은 과거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의 향수에 젖어들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시각적으로도 이러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장면, 그 느낌으로만 사고하게 만들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청각적인 느낌은 다르다. 듣는이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
음악을 듣는 순간 자신이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의 순간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게임을 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오르며 향수에 젖어든다.

그런의미에서 아웃런은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게임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게 SEGA에서 의도 했던 안했던 적어도 그걸로 성공한 것은 확실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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