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SEGA 새턴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팬저 드라군이라는 게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새턴 초기부터 SEGA가 가진 당대의 역량을 모두 담아내어 탄생한 팬저 드라군은
새로운 시도나 기법이 가득 들어갔고 게임 완성도나 그래픽은 훌륭했지만 SEGA 게임 답게 돈을 벌지 못했다. 망했다.
기존의 슈팅게임과는 달리 주인공이 용을 타고 다니며 싸우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배경 또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전체적인 세계관 설정에도 상당한 공이 들어가 있다.
게임상의 세계관을 살리기 위해 아이누어와 라틴어의 요소를 섞은 가상의 언어를 게임상에서 쓰기도 할 정도.
영화를 보는 듯한 7분이 넘는 CG 오프닝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이타노 서커스가 연상되는 레이저 난사는 화끈한 맛을 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슈팅게임 음악이라면 이렇다 하는 고정관념을 부술 정도로
팬저 드라군의 OST는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무장하고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근처를 지나다가 갑자기 어디서 이런 음악이 나오나 하고 보다가 그대로 새턴의 팬이 된 사람들도 상당 수.
독특한 세계관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게임 속 수많은 생물들을 무찌른다는 컨셉,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하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화끈한 레이저 난사 플레이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OST 덕분에 플레이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당대 SEGA의 역량이 총 동원된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세가측이 밝히기로는
기대한 거에 비하면 별로 안팔렸다고 한다. 기존의 체감형 슈팅 게임들과는 달리
좌우로 시선을 360도 돌려가며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런 생소함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안 받아들여진거 아닌가 하는 말도 있다.
마치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던 게임 토탈 어나힐레이션처럼 말이다.
어쨌든 팬저 드라군의 오케스트라 OST를 담당한 사람은 Tomoyuki Hayashi 라는 사람으로
이후 발매되는 팬저 드라군의 후속작 오르타에 다시 참여하여 멋진 사운드를 뽑아냈다.
하지만 멋진 OST로 무장해도 게임이 망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오르타는 자체 게임기 개발을 포기한 SEGA 입장에서 엑스박스에 이식된 오르타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퍼붓다시피 만들어냈는데 그 결과 완성도는 매우 높은 상태로 출시되었다.
당시 SEGA는 드캐로 팔면 10만장 팔 것을 엑스박스로 내면 최소 20~30만 판매를 예상했으나
그럼에도 결과는 망했다...
앞서 언급한 조작성이나 게임성이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지만
게임의 완성도와는 너무나도 걸맞지 않는 판매량은 (10만도 못팔았다) 당시 이 게임을
호평했던 사람들이나 여타 SEGA 팬들을 당혹케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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