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게임들의 음악적 완성도는 매우 높다.

철저한 기승전결의 원칙에 따라 음악이 연주되고

그 음악들은 플레이어가 속해있는 배경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하여금 내가 그 배경에 있다는 것이 아닌,

게임속에 내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마력이 있다.


물론, 이는 모두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어 그 웅장함이란 양념이 더해져

더욱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적어도 블리자드 게임 음악 나쁘다는 소리는 없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블리자드 게임 음악들에 나타나는 한 가지 큰 특징은

출시하는 확장팩 음악에 대해 모두 공통적인 노선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음악이 다 그런것은 아니나 그 확장팩에서 핵심이 되는 지역이나
상황, 인물, 에피소드 같은 것이 등장할때 플레이하는 게이머로 하여금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듯한 리듬으로 음악이 연주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확장팩이 아닌 오리지날 버전 음악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먼저 와우를 살펴보자.

오리지날 와우 음악들의 대부분은 시작부터 매우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스톰윈드 음악이나 오그리마 음악, 아이언포지 음악 등 대도시 음악이 좋은 예다.


처음 와우 시작하고 얼라이언스 도시 근처에는 갈일이 없어서 음악을 몰랐는데

언젠가 한 번 수장팟에 초대되어 스톰윈드에 갔다가 그 음악을 듣고서는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당장 얼라이언스의 편에서 호드를 무찔러야겠다'

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스톰윈드 음악의 웅장함은 당시 엄청났다.



<본격 호드가 들으면 얼라로 귀화하고 싶어지는 스톰윈드 테마>



<이 음악을 듣고있는 자네, 얼라이언스와 함께하지 않겠는가?>



<호드 오그리마 테마>



뭐 어쨌든 각 종족의 대도시는 게임에서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는다.

좋던 싫던 원하던 원하지 않던 모든 플레이어는 대도시에 가야한다.

그만큼 대도시 지역의 중요성은 매우 높게 설계되어 있으며

도시에 발을 들이면 흘러나오는 음악들 또한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중요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음악의 작곡 또한 다른 필드들의 음악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만든다는 것인데 이렇듯 와우 오리지날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지역들의 음악은 모두 초장부터 임팩트를 강하게 때린다.

라그나로스와 전투를 벌일때 나오는 war 라는 음악 또한 예외 없다. 도입부터 강하다.


불타는 성전으로 넘어가보자. 블러드 엘프가 추가되었고 그로인해 실버문이 추가되었다. (난 호드니까 얼라는 잘 몰라)

수백만 게이머들이 기다린 확장팩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지역의 음악은 그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그 지역에 입성하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신비함, 호기심을 비롯하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케해주는
기대심과 긴장감 또한 충족시켜줘야한다. 바로 이것이 신규지역 음악이 갖추어야 할 요소다.



<불타는 성전 실버문 테마>



블리자드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확장팩 신규 지역 음악들에 대해서

처음부터 강하게 때리는 음악과는 다르게 기에서 승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추가했다.

시놉시스 상으로 따지고보면 (기) 화제가 시작되고, (승) 시작된 화제를 이어나가고

(전) 이어지는 화제를 결로 전환 시키는 과정, (결) 화제의 결말로 이어진다.


즉, 듣는이로 하여금 이야기가 시작되는 과정 (기) 부분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앞으로 벌어진 모험에 대한 기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주기법은 블리자드에서 내놓는 확장팩의 핵심 지역에 모두 적용되었으며

스타크래프트 브르드워에 새로 추가된 모든 종족 음악에서 나타난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워크래프트2 시대로 가보자.

어둠의 물결이 나오고 확장팩 어둠의 저편이 발매 됐다.

어둠의 저편 얼라이언스 스테이지1을 플레이 하면 와우 스톰윈드 앞에 서있는

얼라이언스 5인방 중 다나쓰 트롤베인, 알레리아 윈드러너, 제네럴 투랄리온 3명이 등장한다.

와우를 재미있게 한 사람이라면 이들이 직접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이다.


워크래프트 역사에서 핵심적인 인물들이 한 곳에 3명이나 등장하고

새로운 확장팩 게임의 첫 스테이지의 포문을 연다는 의미, 그리고 확장팩 그 자체의 의미에서

얼라이언스의 신규 음악은 철저히 이 같은 연주기법으로 플레이어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디아블로 시리즈로 넘어가보자.

디아블로2가 발매되고 이후 파괴의 군주가 등장함으로써 바말이 있는 ACT5 지역이 공개됐다.

플레이어가 ACT5에 넘어가면 가장 처음 만나게되는 마을 포트리스.

그리고 여지없이 그 지역의 음악에서도 이렇듯 플레이어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주기법이 사용됐다.

디아블로를 무찌른 영웅이 미지의 지역에서 바알이라는 강대한 적과 싸움을 앞두고 있는 비장한 각오.

그것이 ACT5 음악의 핵심이다.




다시 와우로 돌아와서 불타는 성전 이후 리치왕의 분노에서 블리자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함께 공존하는 공중마법대도시 달라란 지역을 추가한다.

전대미문의 이 도시 컨셉은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블리자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왜 도시안에서 서로를 공격하면 안되는지 그럴듯한 대의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성역' 이란 컨셉이다.


달라란 도시 음악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여지없이 이 지역 음악에서 또한 (기) 부분을 강조하는데 다만 조금 차이가 있다면

(기)부분을 조금 강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음악이 시작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오리지날 대도시 지역의 음악들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대격변으로 넘어가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아예 모든 지역을 다 뜯어 고쳤으니 음악도 함께 뜯어 고쳐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오그리마의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대도시 음악 하나 고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블리자드의 게임 음악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비중없는 지역이라도 굉장히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런의미에서 대격변에서 오그리마의 음악이 바뀐것은 매우 많은것을 상징한다.


달라진 것은 음악 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도 바뀌어있고 심지어 수장도 가로쉬로 되어있다.

이렇듯 기존의 게이머들이 오그리마가 달라졌다고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방법은 외적인 모습과 그 다음이 음악이다.

외적인 모습은 그냥 그렇게 바꼈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머물지만 음악을 교체해버리면

달라진 음악을 토대로 유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달라진 와우 확장팩의 전체적인 느낌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 느낌은 더 가중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달라진 오그리마 음악은 플레이하는 유저들로 하여금
기대심과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스토리 속에서
유저는 한명의 영웅으로 대전투에 참여하여 워크래프트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듯한 느낌을 줘야한다.

이런 느낌을 블리자드는 달라란에서 사용했던 연주기법과 동일하게 오그리마 음악에도 적용시켰다.




사실 블리자드가 이걸 의도해서 만든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물어보질 않았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비중있는 신규 지역에 진입한 유저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자극할지

블리자드가 고민해서 만든 음악이란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으니까 말이다.


와우 최신작 판다리아는 음악만 들어보고 아직 플레이는 해보진 못했다.

가로쉬가 최종 보스로 등장 한다고 하는데.. 글쎄.. 흥미진진한 스토리임에는 분명하나

옛날처럼 엄청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언제할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음악이나 들으면서

옛날에 재미있게 게임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