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남일소프트에서 발매한 캠퍼스 러브 스토리라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당시 경향신문 97년 9월 2일자에는 대학생활 시뮬레이션이라고 소개되어있지만..

뭐 연애시뮬레이션이라는 말도 맞고 대학생활 시뮬레이션도 맞다.

다만 연애에 더 편중되어 있어서 그렇지..


게임은 주인공이 대학교의 신입생이 되면서 만나는 여자들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대학생활과 여자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했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게 되는..

육성시뮬과 연애시뮬이 융합되어 있는 요즘은 보기 드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에는 대학 동기부터 후배, 학교 퀸카, 잘노는(?)여자, 채팅으로 만나는 여자 등

매우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하며 많은 여자만큼이나 등장하는 여자에 따른 음악도 모두 다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최지혜의 테마곡을 최고로 꼽는다.


오로지 순수 피아노로만 연주되어있는 이 곡은 별도로 사운드트랙이 발매되어

딱히 이름이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내가 최지혜가 나올때 나오는 음악이라 일단은

최지혜 테마곡으로 명명하긴 했는데.. 참 곡이 기가막히다.


우선 이 곡의 전체적인 느낌을 이해하려면 주인공과 최지혜의 인물 관계를 알아야 한다.


주인공은 어릴 적 부잣집 딸이었던 최지혜와 매우 친하게 지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있었지만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던.. 

그런 순수한 사랑이었다.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둘은 지혜의 이사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십수년이 흐른 뒤

주인공이 지혜의 남동생 과외를 시작 하면서 우연하게 재회를 하게된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도 잠시..

그녀는 해외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에 대그룹 회장의 딸이었다.

그냥 부잣집 애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게임속에서 이런 대사를 남긴다.

'갑자기 우리 사이에 어색함과 그리고 신분의 벽까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글쎄.. 이제 우리 관계는 오랜만에 다시만난 옛 친구 사이가 된 것 같은데..

앞으론 어떻게 될까...? 나 하기 나름이겠지..'



최지혜의 테마곡은 주인공의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즉, 과거 주인공과의 애틋했던 순수한 사랑의 느낌과 현실의 장벽속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라는 두가지 느낌이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개성 뚜렷한 다른 캐릭터들보다 작업하기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최지혜의 테마곡은 주인공이 느끼는 패러독스를 정말 잘 표현했다.


듣고 있노라면 주인공과 여자 인물과의 관계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도 과거 첫사랑과의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해주는..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이 정도의 퀄리티가 게임 음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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